
표지 속의 작고 노란집, 노란 티셔츠를 입고 웃고 있는 여자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그 아이는 박완서님 같기도 하고 어머니의 글을 책으로 펴낸 그분의 딸 같기도 하고 혹은 내 모습 같기도 하다. 이렇게 따뜻한 느낌이 드는 <노란집>의 표지를 보고 있으려니 11월이 주는 차가움은 어떤 색일까 궁금해진다.
<노란집>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치울의 노란집에서 쓴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들을 그녀만의 특별한 눈으로 써내려가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 평범함이 곧 행복임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다보면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옆집 할머니의 추억이야기와 인생살이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쉽게 읽히는 편안함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많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아마도 자신이 겪고 깊이 느낀 것만 쓴다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나 보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노부부의 일상을 그린 소설 <그들만의 사랑법>과 뒷부분의 수필들은 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릴 때의 기억과 전쟁의 아픔, 노년의 너그러움까지…. 공감할 수 있는 독서층이 다양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듦에 있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편안하지만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다. 노부부의 정을 긴 세월을 같은 시대, 같은 문화권에서 살았다는 친밀감쯤으로 담담하게 표현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자연을 바라보면서도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흉잡아 얘기하다가도 어딘가 예쁜 구석 하나를 발견하려는 작가의 따뜻함이 부럽다. 나에게도 있을지 모르는 그 능력을 아이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쓸수 있게 되기를 바라본다.
<노란집>은 차례에 나온 제목만 쭉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가 스스로를 되돌아봤다가 또 혼자만의 사색 속에 빠져들게 한다.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함에 순서 없이 읽어봐도 좋은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라고.
짧아지는 가을 수많은 길을 걷다가도 다른 이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건 어떨까? 길가의 하찮은 것들한테 배운 지혜로 아름다워지는 가을을 말이다.
안 은 경
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