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주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우도농악보존회(회장 최 용)와 남도민속학회가 21일 영광공공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영광의 굿과 예술전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회의는 신청神廳출신인 문화재 제17호 우도농악 예능보유자 전경환·김오채 선생의 예술세계를 복원하고 재현해 지역문화예술을 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신청神廳은 지역별로 자생적으로 조직된 무당들의 단체를 일컫는 말로 전경환 선생은 농악의 대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예술의 진면모는 신청예술에 있다. 신청예술은 우리민족의 중추적인 전통예술의 집단이자 교육기관으로 전문광대들이 무굿, 풍물굿, 소리, 탈춤, 창극을 민가의 마을굿에서 해 오던 예술로 조선 최대 광대단체인 협률사의 주공연 레퍼토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농악만 문화재로 지정됐고 다른 장르는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하자 전경환과 김오채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신청예술의 원형을 복원 재현하는 등 학술적 진단을 통해 전승보전하기 위해 학술회의가 개최됐다.
학술회의는 이경업·박흥주·송기태·이윤선 목포대 교수, 박혜영 안동대 교수, 최 용 우도농악보존회장 등이 발표하고 김성식 전북대 교수, 허용호 고려대 교수, 이용식 전남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본지는 전경환 선생을 통한 영광의 굿과 예술전통에 대해 구전으로만 떠돌던 이야기들을 엮고 재조명한 학자들의 발표문을 게재한다.
전경환의 예술세계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통성을 분명하게 하고 갖고 있는 전경환 개인창작물’이라는 점이다. 여전히 논란의 핵심인 원형론에 입각해 볼 때 특히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가름하고 있는 기준으로서의 원형에 입각해 볼 때 전경환의 굿과 예술세계는 ‘원형을 포장하고 있는 사이비 원형’으로 평가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다. 그의 창작물들을 살펴보면서 논의를 지속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가 만든 창작물의 전형은 바로 전라남도 지방유형문화재 제17호로 지정된 우도농악이다. 이 농악은 지정된 공식 명칭에서부터 그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다. 우도농악이라고 하면 그 내용과 영역이 너무 광범위해진다. 우도농악이라고 자처하는 농악중에서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다. 바로 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인 이리농악이다.
지방문화재로는 전라북도에서 지정한 부안농악, 정읍농악, 김제농악이다. 모두 전라북도의 관할이다.
모두 우도농악이라고 하는 권역에서 배태됐으며 그런 내용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명칭에 전혀 우도농악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우도농악이라고 했을 때는 전라북도의 정읍과 김제가 그 본향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도농악이라는 명칭으로 지정받지 않았다. 신청할 때부터 우도농악이라는 표현을 분명 쓰지 않았을 것이다.
우도농악은 고유명사라기보다는 이미 학술적으로나 관행적으로 일반명사화가 이뤄지고 난 다음의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모두 다 우도농악이기 때문에 서로 변별력을 지어줄 수도 없고 우도농악이라는 일반명사를 쓰는 것보다 자신들의 고유성을 명쾌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고유명사를 찾는 것은 상식적이다.
그런데 유독 영광에서 전경환이라는 굿쟁이가 이끌던 패와 굿은 우도농악으로 지정을 받았다. 공식명칭인 것이다. 국가가 공인해주는 명칭이다. 권위가 자연스럽게 부여되며 ‘원형으로서의 내용을 분명하게 갖고 있다는 사실’이 학술적으로 검증됐음을 인정해주는 옥쇄(도장)에 해당한다. 어려운 심의를 거친 결과이며 그 심의는 학자들이 주도한다. 그렇게 인정된 명칭이 우도농악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부터 이 글을 쓰기위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음 인지했다. 필자의 인식 속에는 영광우도농악으로 숙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는 결국 보유자가 되는 전경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영광우도농악이라고 불렀고 또한 통행되고 있었다. 왜 명칭이 변하게 됐으며 과연 타당한 명칭으로의 문화재 지정인가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이다. 어느 것이 가짜이고 어느 것이 진짜 타당한 명칭인가?
논리적으로 보면 우도농악이라고 하면 영광에서 전경환패가 보유하고 있었던 농악이 앞서 열거한 여러 우도농악권의 지역농악들을 다 포괄할 정도의 근원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갖고 있는 원형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이었던가. 이제 그 내용을 보면서 검증해 봐야 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