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 -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책!
한권의 책 -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책!
  • 영광21
  • 승인 2014.12.0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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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 숨결 / 변택주 작 / 큰나무

표지가 하얀 여백이다. 누구나 세상에 놓였을 때 청정했었던 마음을 보는 것 같다. 오른편 위 가장자리에 ‘법정 스님’이란 조그맣게 쓰인 글씨는 스님의 무소유 삶을 암시하듯 하고 그 옆에 크게 쓰인 ‘숨결’이란 제목의 글씨체는 스님의 수행과정과 그 결실인 진수眞髓를 보는 듯하다.
아둔한 탓에 슬기로워지라고 법정 스님으로부터 지광智光이란 법명을 받았다는 변택주 작가가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아내가 신문을 보고 길상사에서 스님의 법회가 열리니 같이 가자고 권유한 데서 시작돼 그해 가을부터 10년 동안 법정 스님 법석 사회를 보게 됐다.

작가는 향기로운 근본 도량 길상사에서 스님의 법음을 듣다 보니 담배와 술을 끊었다. 그 자리에 스님의 숨결을 채웠다. 어느새 찌들었던 가슴은 본향으로 정제되고 그것을 맛깔스러운 표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차례를 보다 보면 주제 하나하나가 호기심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동안 한뼘한뼘 저축해 온 직관의 세월을 이제는 풀어놓고 세상에 빛을 비춰 주는 그런 내용으로 채워졌다. 이 중에서도 한동안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주제는 ‘사랑 온도 지금 몇 도인가?’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유적을 발굴하러 가는 탐험대가 짐 운반과 길 안내를 위해 인디언 원주민을 고용했다. 부지런히 서두른 탓에 처음 나흘간은 일정에 맞춰 무난하게 나아갔다. 그런데 닷새째 되는 날 인디언들이 앞으로 나아가길 거부했다. 처음엔 당황하고 점차 분노로 변한 탐험대는 총으로 위협도 하고 윽박을 해 보지만 짐꾼인 인디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인디언들이 다시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탐험대가 물으니 “너무 빨리 걸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이 우리를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책을 놓은 후 영혼의 잔상은 쉬이 지워지지 않고 삶의 질곡을 버텨 온 아내와 큰누이 그리고 직장동료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작가와 그의 아내의 동지적 여정이 전해왔다.
주위를 둘러보면 입덧 난 바람처럼 자기 갈 길만 가고 무지개를 좇는 소년처럼 내 안의 욕망만 말할 뿐 같이 걸어가는 사람의 숨결은 느끼지 못하는 세태이다. 잠시 모두 숨을 크게 쉬고 마음이 천진난만했던 아이로 돌아가 <법정 스님 숨결>을 만나보면 어떨까? 내가 그렸었던 삶과 이제야 만나게 될 것이다.

박 병 환
해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