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은 항상 옳을까?
오랜 세월 조상의 지혜가 담겨 내려오는 전통도 많지만 어떤 전통은 사람을 해치고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도 있다. 전족은 지금은 사라진 중국의 인습이다.
<큰발 중국 아가씨>는 아시아계 미국 작가의 소설이다. 전족을 거부함으로써 큰 발이 된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하고 1910~20년대 혼란스러웠던 중국의 상황과 이민 1세대의 어려웠던 생활이 묘사돼 있다. 방에 앉아서 중국과 미국문화의 차이 또 그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난징의 부유한 집안의 셋째딸 아이린은 ‘남자 아이들은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데 왜 나는 안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며 거창한 의미가 아닌 아픈 것이 싫고 뛰어다니고 싶어서 전족을 거부하게 된다.
가부장적인 큰아버지는 그런 아이린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같은 고통을 겪은 할머니와 어머니 또한 옛 가치관에 매여 전족을 강요한다.
다행히 변화하는 세상을 바로 볼 줄 아는 아버지 덕분에 아이린의 발은 자유로워진다. 정혼했던 아이린은 전족을 하지 않아 파혼을 하게 되고 서양인이 운영하는 공립학교에서 영어와 신문물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와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집안의 재정적인 지원이 끊기게 되자 아이린은 선교사의 보모가 되겠다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중국인에게도 미국인에게도 이방인이 되는 외로운 삶을 맛봐야 했다.
전족을 했다면 부유한 명문집안의 며느리로 하인들을 거느리면서 편히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을 자신있게 말하는 아이린에게 작은 발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편안한 삶’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두발로 당당히 걸을 수 있는 삶을 선택하고 힘들 것을 알면서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습에 대한 거부는 아이린을 미국이라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가게 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했다.
그동안 살면서 부당하다고 느껴졌던 전통은 뭐가 있었을까? 그리고 지금 벗어 던져야 할 나의 전족은 무엇인지 아이린을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얼른 생각나지 않는걸 보니 이미 기성세대가 됐나 보다.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고 체념하면서 때로는 귀찮아서 익숙함을 바꾸려는 용기가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선택 앞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 은 경 / 독서지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