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전을 긍적적이고 발칙한 시도로 패러디
심청전을 긍적적이고 발칙한 시도로 패러디
  • 영광21
  • 승인 2014.12.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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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 ◆ 뺑덕 / 배유안 지음 / 창비 펴냄

새로운 시도, 발상의 전환, 다른 각도, 재해석한 모험 이 모두의 공통점은 변화, 발전을 시도하는 몸부림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효사상이 나타난 대표작 심청을 배유안 작가는 긍정적인 패러디, 발칙한 시도로 뺑덕을 선물한다. 소설 뺑덕은 뺑덕(병덕)이가 여태껏 친어머니로만 알았던 분에게서 동생 윤덕이 태어남에 따라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며 소설의 전반부가 시작한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뺑덕(병덕)의 등장은 출생 비밀장치를 통해 빠르게 전개돼 몰입하게 한다. 마치 작가가 독자를 책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 같은 마법을 부린 듯 쉽고 편하게 읽힌다.

심봉사의 공양미와 심청의 효심,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고 연꽃이 대궐까지 옮겨가는 고전소설 심청전의 전개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심청을 만나러 떠나는 여정 대신 뺑덕에서는 굴곡진 삶을 승화시키며 어머니를 찾아가게 한다.
친구 깡치(강재)가 그리워하는 부모애와 심청의 애틋한 효를 보며 괴리감에 갈등한다. 병덕과 강재가 맞부딪치는 모정母情의 부재가 주는 외로움이 두려워 서로의 상처를 후비며 싸운다. 강재가 싸움 끝에 남긴 “엄마가 살아 있기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말은 병덕을 현실과 맞서게 한다.
병덕은 생모에 대한 불신, 비참한 현실과 자신의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한다. 정체성을 찾아 떠나던 새벽녘에 외눈썹 아저씨는 병덕에게 건넨다.

“발악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도 있다. 네 설움으로 아무한테나 뻗대지 마라.”
병덕이가 지금의 청소년이라면 사춘기쯤 됐을 거다. 이성과 감정의 부조화로 인해 거친 말과 주먹이 먼저 움직이는 혼돈의 시기, 이 사춘기에 외눈썹 아저씨는 멘토가 된다.
바로 앞에 아들을 두고도 찾지 못하는 병덕어머니는 아들을 가슴에 묻은 지 오래다. 아들의 안녕을 위해 차마 꺼내 놓지 못하고 삭혀 놓은 응어리는 독설과 뻔뻔함으로 뺏긴 울분을 토해낸다. 아들을 못 알아본 채 “그러니까, 나도 착한 적이 있었단 말이다”고 넋두리한다. <다음호에 계속>

 

이 영 실 독서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