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호에서 이어짐>
이때 소문으로 듣던 어머니의 정숙하지 못한 행실로 괴로워하던 병덕은 엉킨 오해의 실타래에서 실마리를 찾게 된다.
어머니의 쌓인 울분에 대해 심술 맞고, 우악스럽게 성을 내고, 욕설을 내뱉는 모습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며 인정한다. ‘혹시 내 욱하는 성질이 어머니를 닮은 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출생에 대한 비밀과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바다라는 공간에서 분출하도록 작가는 병덕을 안배하고 역동시킨다.
얼마후 어머니가 있는 도화동을 다시 찾아가는 열린 결말을 남긴다.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가 선물이 될 장면을 상상할 때 내 마음도 따뜻하고 훈훈해졌다.
외눈썹 아저씨, 주막 할머니는 방황하는 병덕의 내면을 보듬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뺑덕은 병덕과 강재 등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 가는 모습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또 등장인물들 내면의 상처, 울분, 심청의 효심이 과연 진정한 효인가? 심청을 바다로 내몰은 집단이기주의 등 여러 논제를 꺼내 토론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병덕과 강재 그리고 병덕어머니의 슬픈 자화상이 치유적 접근으로 읽히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병덕이 돼 따라다녔다. 아버지의 무능한 시선에 맘이 아렸고 어머니의 패악무도가 모든 걸 빼앗기고 처절한 버림 받음에 대한 상처 치유이기에 마음 아팠다.
병덕의 출생에 대한 정체성 혼란과 엮인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바다를 택한 작가의 시선에 놀랍고 경이로웠다.
현대 표현으로 쓴다면 병덕은 질풍노도라 불리는 청소년기이다. 이 시기의 고민과 방황을 폭풍우와 거친 풍랑속에서 굳세게 이겨내는 방법으로 자연을 택한 건강함이 치유적 접근으로 느끼게 한 책이다.
허구의 소설이긴 하나 심청전의 밉살스런 뺑덕어머니를 새롭게 등장시켜 재인식되게 한 상상력에 즐거움을 더해 준다. 존재만으로 힘이 돼준 뺑덕(병덕)을 만나러 고마운 아들들, 딸들이 다가오는 겨울방학에 <뺑덕>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이 영 실 / 독서교육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