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범죄입니다
가정폭력은 대물림되는 범죄입니다
  • 영광21
  • 승인 2016.05.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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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긴급전화1366전남센터 김영희 센터장

가정폭력이 심각하다. 약자인 여성과 아동을 상대로 ‘무지의 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하루가 멀게 ‘폭력의 민낯’이 뉴스를 도배하고 있다. 수법도 잔인무도하다. ‘가정폭력 삼진아웃제’ (3년 이내 2번 이상 가정폭력을 휘두르면 구속) 등 강력한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꼭꼭 숨어 있다. 가정폭력이 단순히 ‘집안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나 사회폭력으로 대물림된다는 점이다. 최근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의 가해자 대부분이 어릴 적 가정폭력을 경험한 이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여성긴급전화1366전남센터 김영희 센터장에게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대처법, 상담원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가정폭력이 끊이질 않고 있어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큰 문제죠. 가정폭력 대부분은 가해자가 술 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요. 피해자들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술만 마시면 악귀로 변한다’고 하소연하죠. 하지만 이유를 불문하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어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어요.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과 범죄의 씨앗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의 가정폭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심각하긴 마찬가지죠. 지난해 우리 센터에서 상담한 것만 7,000여건에 달해요. 긴급피난처로 피신하는 피해자들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요. 나이와 직업, 학력, 지역에 상관없이 폭넓게 가해지고 있어요. 우리 센터 긴급피난처에 오는 여성 중에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이가 부지기수에요. 맨발에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든 여성, 골절상을 입은 여성, 머리를 쥐어뜯긴 여성,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는 여성도 있어요.”

여성가족부의 통계를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 중 경찰 신고율이 1.8%에 그치고 있어요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데서 비롯된 거죠. 창피하다고 숨기거나 덮는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오히려 횟수와 강도가 점점 세지죠. 적극적으로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해요.”

가정폭력에 직면할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나요
“우선 자리를 피하는 게 제일 나은 방법이죠. 피할 수 없다면 방문을 걸어 잠그고 112나 1366으로 전화해 도움을 청해야 해요. 이웃에서도 가정폭력을 목격하면 망설이지 말고 신고해야 합니다.”

미리 대처할 방법은 없나요
“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뤄진다면 평소 대비하는 것도 좋죠. 간단한 옷, 현금 등을 친척이나 지인에게 미리 맡겨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언제라도 2 ~ 3일 피할 수 있게요. 피신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우리 센터 긴급피난처를 이용하면 돼요. 짧게는 3일, 길게는 1주일간 지낼 수 있어요.”

화제를 바꿀게요. 여성긴급전화1366전남센터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전남도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합니다. 상담원 9명과 현장지원 요원 5명이 365일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고 있어요. 전화·사이버·SNS상담과 찾아가는 상담, 긴급피난처 운영 등을 통해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당한 도내 여성들을 돕는 일을 하죠. 여성인권보호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면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닐텐데
“가족의 지지와 지원 없이는 일할 수 없어요. 자녀가 어리면 더욱 힘들고요. 상담원 대부분이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인 이유가 여기에 있죠. 현장지원팀 역시 밤낮이 없어요. 피해자가 발생하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가야 하니까요. 명절 때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가 가장 안타깝죠.”

상담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가장 힘든 것은 가해자들의 폭언과 협박이에요. 욕설은 기본이고요, ‘사무실을 폭파하겠다’는 협박도 다반사죠. 24시간 전화를 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시도 때도 없이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는 이들도 있어요. 직원들의 안전 문제가 걱정될 때가 많아요. 다행히 경찰핫라인이 설치돼 있어 조금 안심은 돼요.”

상담원들의 심리치료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감정노동자인 상담원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죠. 해서 1366전국협의회, 전남복지재단 등에서 실시하는 심리치료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자체적으로도 도내 여성폭력관련 시설 종사자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있어요.”
전남새뜸


가정폭력·긴급피난 증가세 뚜렷

지난해 ‘여성긴급전화1366전남센터’의 상담건수는 전년보다 줄어든 대신 가정폭력상담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센터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상담 실적’에 의하면 지난해 상담건수는 7,321건으로 2014년 대비 272건(3.7%) 줄어들었다. 그러나 가정폭력 상담건수는 4,529건으로 2014년의 4,005건보다 524건(11.5%) 증가했다. 상담내용은 가정폭력이 4,529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 성폭력 378건 ▶ 가족문제 214건 ▶ 부부갈등 210건 ▶ 이혼 122건 ▶ 성매매 97건 등으로 나타났다. 중독·법률·데이트폭력 상담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정폭력이 증가하면서 긴급피난처에 입소하는 피해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입소자는 355명으로 2014년 294명보다 61명이 증가했다. 상담유형은 ▶ 전화 5,719건 ▶ 내방 1,260건 ▶ 현장상담 292건 ▶ 사이버상담 47건순으로 전화상담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영희 센터장은 “2013년 여성긴급전화1366중앙센터가 출범하면서 전체적인 상담 횟수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지만 가정폭력 상담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