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광지역 봄가뭄 ‘심각단계’
봄가뭄이 지속되면서 하늘도 무심하다는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절로 나온다.
영광지역의 5월평균 강수량은 287.4㎜인데 반해 올해 5월까지 강수량은 고작 138.4㎜에 그쳤다.
이렇다 할 비소식 조차 거의 없어 농민들의 가슴은 더욱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창 조생종벼 모내기가 마무리되고 만생종벼 모내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심각한 가뭄으로 논에 댈 물조차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관내 저수율은 영광군이 관리하는 저수지 155개소(평균저수율 46.7%)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42개소(평균저수율 56.8%) 등 197개소 평균저수율은 50%로 저수지 인근 논들은 심각한 단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6월 중순까지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이곳마저도 영농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농어촌공사 영광지사는 5월28일부터 불갑제 수문을 개방해 물공급을 하고 있지만 가뭄해소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법성면 지장리와 신장리, 영광읍 덕호리 등에 물을 공급하는 와탄천이 염도가 높아져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상류지역인 대마면이나 고창군쪽에서 물이 한방울도 내려오지 않아 하류지역인 와탄천의 염도가 많이 올랐다”며 “염해피해가 발생할 것이 우려돼 현재 단수조치를 내린 상태다”고 설명했다.
현재 와탄천의 염도는 3,000PPM으로 작물의 생육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강물의 염도가 2,800PPM만 넘어도 생육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장 모내기를 준비하고 밭작물을 심어야 하는 법성면 덕흥2리 지장마을, 신장리 등 인근 주민들은 염도 높은 물이라도 공급해달라고 여러 차례 농어촌공사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염도가 높아도 하루만 물을 공급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몇차례 주민들에게 설명을 했다”며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워낙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짠물이라도 사용하려는 농민들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성면 덕흥2리 박근남 이장은 “우리 마을은 와탄천에서만 물을 공급받아 사용하는 곳인데 현재 단수조치로 모를 심어놓은 논도 말라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며 “논에는 염도가 있는 물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염도가 높아도 일단 물을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하수가 있는 곳에 심어진 밭작물은 버티고 있지만 지하수가 없는 곳은 타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영광군도 점점 심해지는 봄가뭄에 가뭄대책 비상체제에 돌입해 가뭄단계를 ‘심각단계’로 발령하고 군의회와 협의해 예비비 14억2,800만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군은 가뭄우심지역을 중심으로 소형·중형 관정을 개발하고 양수시설 개보수, 저수지 보강 등을 진행해 농업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혜정 기자 ehj5033@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