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함께 할 사람을 만난 건 행운”
“긴 세월 함께 할 사람을 만난 건 행운”
  • 영광21
  • 승인 2017.10.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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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수 어르신 / 불갑면 우곡리

따뜻한 햇빛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이 왔다. 쾌청하게 맑은 날 반갑게 맞아주는 배광수(81) 어르신.
판소리 하는 사람 특유의 거칠지만 힘찬 목소리를 가진 배 어르신은 여든이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과는 상반되게 손에 물든 봉숭아가 인상적이다.
아내가 장난으로 올려놨는데 금방 물들어버렸다며 멋쩍게 웃는 배 어르신.
한동네 윗집, 아랫집에 살던 배 어르신과 아내는 동네오빠, 동생으로 만나 현재 8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배 어르신은 “몇십년을 같이 살았는데 서로 양보하면서 배려하니까 지금까지 크게 싸운 일 없이 잘 살았어”라고 말한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태어나 25살에 4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한 어르신은 결혼한 후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았다.
“고생 많이 했지. 서울에서 외동아들 낳고 키우느라 장사하면서 노점상도 하고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살았어”라며 “그러면서 틈틈이 공연도 다녔는데 판소리를 시작한지는 9년 정도 됐고 그전에는 판소리 말고 북을 치는 고수를 했었어”라고 말하는 배 어르신.
또 “그렇게 서울에서 살다가 다시 이 동네로 내려온지는 지금 20년 정도 됐어”라고 말한다.
배 어르신은 귀향한 후 논농사를 지으며 취미생활로 판소리를 하며 각종 대회와 공연도 다닌다.
 최근 해남과 순천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상도 받았다며 해맑게 웃는 배 어르신.
판소리로 대회에 나가 상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어르신이지만 고혈압 등으로 몸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다.
“아내가 지극정성으로 간호해주지 않았다면 공연은 다니지 못했을 거야”라고 말하는 배 어르신.
아버지의 건강문제로 하나뿐인 아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 어르신은 “아들이 지금 서울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는데 멀리 떨어져 있고 내가 몸도 안 좋다 보니까 걱정이 많지”라며 “전화도 매일하고 명절 때도 꼬박꼬박 내려오긴 하는데 아들은 여기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거의 집에만 있다 가고는 해”라고 말한다.
 힘든 유년시절을 겪으면서도 부모의 말을 잘 들으며 잘 자라준 아들이지만 부모는 아직도 아들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배 어르신은 “아들이 지금 마흔이 넘었는데 아직도 결혼을 안했어”라며 “아들이 결혼해서 하루라도 빨리 손주를 보는 게 내 소원이야”라고 웃는다.
성슬기 기자 ssg5991@yg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