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훈련 재난대비 가능할까
방재훈련 재난대비 가능할까
  • 영광21
  • 승인 2018.09.1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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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착취재 - 주민보호훈련 현장을 가다
도로환경·지정버스·구호물품 등 현실적 훈련 필요

 

“이것은 훈련이라기 보단 소풍에 가깝다.”
지난 6일 영광스포티움에서 실시된 방사능방재 주민보호훈련을 참관한 한 민·관조사단 관계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타 지자체와 연계된 훈련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상황에 대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형식적으로 진행된 훈련체계도 문제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광지역은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 통용될 수 없다. 원전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직면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6일 찾아간 방사능방재훈련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전 10시30분 적색비상이 발령됐다.
훈련이 시작된 홍농서초에서는 45인승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31분 방송이 흘러나왔고 37분 탑승이 완료됐다. 문제가 발생했다. 버스 정원수보다 인원이 많아 인솔교사 등 5명이 탑승할 수 없었고 개인 차량을 통해 뒤따라가기로 결정했다.
버스가 출발했지만 곧 난관에 부딪쳤다. 도로 폭이 좁아 대형버스가 빠져나갈 수 없었다. 학교 앞에서만 3분가량이 소요돼 실제 학교를 빠져나온 것은 40분이었다.
군 관계자는 “실제상황에서는 정원수보다 좀 더 여유롭게 2~3대 가량의 관내 버스가 배정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대의 버스로도 오고가기 힘든 농촌 도로환경과 혼잡한 재난상황을 가정하면 실제상황에 다수의 버스가 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지정버스가 없는 점도 문제였다. 훈련에서는 실제상황과는 달리 미리 계약된 관광버스를 활용했다. 실제상황에서는 관내에서 운행하던 버스를 징발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차량이 정말 배정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매년 실시하는 방재훈련과 수많은 계획도 제대로 된 차량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
11시21분 홍농서초를 빠져나온 버스가 대피장소인 영광스포티움에 도착했다. 버스가 들어서자 공군제1전투비행단이 제독을 실시했고 학생들은 오염감지기 앞에 줄지어 섰다.
그런데 훈련장에서는 상황판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 훈련에서는 상황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후 평가회의 역시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호물품도 보이지 않았다. 대피소로 피신한 주민들은 대기 중 방사능 낙진 등에 대비해 장기간 대피소에 머물게 될 개연성이 크다.
영광군은 100㎞ 넘게 떨어진 경남 함얌군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의존하고 있다.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교통환경이 마비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러나 구호협회와 연계된 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100㎞밖 함양군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관내 대피소에 구호물품을 자체적으로 비축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됐다.
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은 소규모로 진행돼 다소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며 “오는 10월 마을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재훈련에서는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