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나주가 답이다
방사광가속기, 나주가 답이다
  • 영광21
  • 승인 2020.05.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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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공대 때문입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유치 보고회에서 나온 말이다. 젊은 눈동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울림이었다. 첨단장비가 우수한 교수와 학생을 모이게 하고 산학을 연계한 활력을 만든다는 뜻이다. 
1986년 개교한 포항공대가 그랬다. 당시 최고였던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1989년 착공해 1994년에 세계 5번째로 완공한 것이다. 2015년엔 4세대 선형을 추가하며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났다. 철강도시 포항을 과학기술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이젠 4세대 원형을 준비하고 있다. 3세대보다 1억배, 태양보다 100경배(100억×1억) 더 밝은 빛을 볼 수 있는 초정밀 거대 현미경이다. 선형가속기, 저장링, 빔라인으로 구성된다. 물질의 기본입자, 원자의 구성요소인 전자를 진공상태에서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저장하고 휨자석을 통과할 때 튕겨 나오는 방사광(X-ray)을 만드는 장치다. 
빛의 파장이 짧아 극미세 가공이나 어떤 물질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고 세포의 움직임, 식물의 광합성, 비결정 단백질도 촬영이 가능하다.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은 물론 신소재, 바이오, 에너지 등 모든 산업에 활용된다.
이제 호남권을 활용해야 한다. 해도림海島林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그동안 고속도로, 고속철도, 국제공항과의 접근성 또한 잘 갖추어 놨다. 전국 어디에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2022년 한전공대가 개교할 광주전남혁신도시 나주는 새롭게 변화 중이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더하면 에너지 중심 한전과 인접 화순 백신특구, 광주 AI집적단지, 전북 탄소 농생명, 경남 첨단기계항공 등은 물론 국내외 연구역량을 한껏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호남권대학 총장, 시·도지사, 전남도의회와 22개 시장·군수, 각계각층의 유치위원회가 나서서 한마음으로 유치활동을 벌이는 이유다.
아직 우리의 기초연구시설은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소재, 부품, 장비 개발에 필요한 방사광가속기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들은 이미 기업 자체 라인을 가질 정도로 전국 10여 곳에 분산 배치하고 있다. 
이쯤에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지역별로 두세개를 동시에 만들어 지난 10여년의 열세를 극복하면 어떨까? 1개소에 1조원이 소요된다 하니, 당초 계획보다 5년 동안 연 2~4천억원을 더 투자하면 된다. 이미 포화상태인 포항 빔라인을 배정받지 못하고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내수요를 유치하며 기술 유출도 예방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위축 해소방안에 산업기반시설 공급을 추가하면 된다. 인공지능, 데이터, 융복합이 창출할 4차산업혁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방사광가속기는 백신과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절대적이다. 2009년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역시 그렇게 탄생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RNA 전사체를 분석해 냈으니 물리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변종으로 진화해 다시 출현할지도 모른다. 생존의 법칙이라지만 우리도 질 수는 없다.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권역별로 분산돼 있어야만 위급할 때 서로 도울 수 있다.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의 입지도 마찬가지다. 특수목적대학 지원을 위한 국가연구시설, 안정된 지반과 청정 환경, 잘 갖춰진 교통인프라와 배후도시, 낙후와 취약을 걷어내는 지역균형 등을 내다봐야 한다. 현재만 따진다면 우물 안 개구리 신세와 다를 게 없다. 더 성장을 위한 변화는 한전공대, 나주가 답이다.    / 전남새뜸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