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의 함정 - 민간에서 정부로, 쓰레기 처리의 공공화를 향해 ④ 
신재생에너지의 함정 - 민간에서 정부로, 쓰레기 처리의 공공화를 향해 ④ 
  • 영광21
  • 승인 2020.07.09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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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행위로 전락한 주민수용성 조사 현실화 시급
생존권 사수 위한 범군민대책위 본격 활동·“지자체와 지역정치권 이제 응답할 때”

1. 폐기물 처리의 공공화를 향해
2018년 1월 우리나라의 최대 쓰레기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했고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닐, 마스크 등 1회용 쓰레기의 증가로 쓰레기 처리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매일 넘쳐나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전국의 매립장은 포화상태가 되어 가고 새로운 매립지를 물색하기도 어려운 현재 상황으로서는 소각 외에 다른 방안이 없고 결국 SRF 문제가 다시 등장하게 된다.
SRF는 가연성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고 매년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한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쓰레기의 단순 소각보다는 이를 활용해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니 일석이조의 발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허술한 제도로 SRF발전소 허가를 남발한 지금, 우리는 주민의 건강권과 쓰레기 처리 사이에서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폐기물의 에너지화’라는 미명 하에 민간사업자에게 넘겨진 SRF발전사업은 결국 사업자의 배불리기 도구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근본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효율적인 쓰레기 처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주민수용성 조사의 현실화
SRF와 같은 사업장 폐기물은 단순히 ‘폐기물 관리법’을 적용해 민간시설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공공폐기물 소각장과는 달리 주민수용성에 대한 규제가 적다.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처음부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사업이 한참 진행되고 난 뒤에서야 알게 된다. 
주민들로써는 사후약방문 격으로 집단민원이나 단체행동을 통해 항의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결국 주민과 지자체, 주민과 사업자간의 갈등과 마찰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지난 2016년부터 밀실에서 은밀하게 추진해 온 영광열병합발전소 역시 주민들은 3년이 지나서야 인지하기 시작했다.
3㎿의 바이오매스시설이 9.9㎿의 SRF시설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주민수용성 조사는 없었다. 지난 6월18일 뒤늦게 홍농읍 성산리의 작은 복지회관에서 주민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형연료 사용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사업허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일종의 요식행위이다.
어느 장소에서, 몇명이 참석하고, 어떤 내용으로 진행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사업자는 주민설명회라는 간단한 형식을 통해 이미 1회의 주민수용성 조사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들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수용성 조사는 현실화돼야 한다.

2) 공정하고 철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SRF발전소의 경우 발전규모 10㎿ 이상부터는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영광열병합발전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민간사업자가 9.9㎿로 허가를 받는 등 환경영향평가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꼼수이다.
이러한 법의 허점으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이 된다. 환경영향평가는 협의회의 구성단계에서부터 공정한 위원선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주민들에게 그 결과를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또한 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제시해야 한다.
한편, 경기도는 2019년부터 발전용량 5㎿ 이상~10㎿ 미만인 고형연료(SRF) 사용 발전소도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환경영향평가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3) 민간에서 정부로, 방사성폐기물에 준하는 쓰레기 처리
2020년 6월9일 환경부에서는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설치·운영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2021년 6월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먼저 공공폐자원관리시설의 처리대상을 방치·부적정·재난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다.
수혜지역 주민에게는 설치비용의 10%로 주민특별기금을 조성하는 한편 시설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을 지역주민에게 현금·현물 등으로 환원하고 강화된 환경기준을 적용해 시설을 운영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하며 주민감시요원제도를 활용해 안전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특별법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폐기물 처리시설이 어떻게 운영되고 폐기물 처리의 공공화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이 공공폐기물처리시설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이거나 추진 중인 SRF발전소나 소각장 등 민간시설에도 적용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쓰레기 처리문제에 대한 정책기조를 다시 수립해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준하는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쓰레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결국 폐기물의 처리는 공영제로 전환돼야 하는 것이다. 

2. 넘치는 생활쓰레기와 시민의식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약 45만여t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온다.
생활쓰레기는 매일 5만5,000여t이 배출되며 이 중 음식물쓰레기는 1만5,000t에 이른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쓰레기 대란’이 닥쳐올 수밖에 없다.
물론 80% 이상이 산업폐기물이지만 우리가 주로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배출되기 이전에 줄이는 것이 답이다. 
1회용품의 사용자제, 과대포장 금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등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개개인의 시민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며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 등 폐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 대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3. 맺음말
1) 타오르는 열병합발전소 반대 열기
2019년 7월부터 법성포에서 시작된 영광SRF열병합발전소 반대운동은 지난 6월 영광군 내의 농수특산품 생산자 단체를 비롯해 자생적 사회단체와 각 지역의 주민들이 참여한 범군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유해 배기가스와 미세먼지 등으로부터 주민들의 숨쉴 권리를 지키고 아울러 대기와 토양의 오염으로부터 우리의 농수축특산품을 보호해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 민심은 곧 천심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사업자는 반대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해 갈 것이고 주민들이 그것을 물리적으로 막아 설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이제 지자체와 정치권이 응답해야 한다. 지자체와 의회는 사업의 출발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민수용성 조사, 인·허가 과정, 부대시설로써의 폐기물처리사업계획(순환자원) 등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되짚어 진행과정상 오류는 없었는지 면밀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 
재삼 강조하지만 법은 도덕과 공익적 가치 위에 설 수 없다. 악법은 법이 아니다. 열병합발전소 가동 후에 벌어질 상황들이 뻔히 예측하면서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억지를 부린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이며 주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자세를 낮추어 주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들린다. ‘민심은 곧 천심이다’라고. 


나호일 / 집행위원장
영광열병합발전소 반대
주민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