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수확하는 김은 어떤 맛일까!
여름에 수확하는 김은 어떤 맛일까!
  • 영광21
  • 승인 2021.04.29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 개발한 목포 대양에스씨

 

칸칸마다 편평한 굴 껍데기가 촘촘히 깔렸다. LED 불빛을 따라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다. 굴 껍데기의 색도 가지가지다. 하양에서 갈색으로 변해가는 색상표를 보는 것 같다. 김의 씨앗인 유리사상체가 물에 떠다니다가 굴 껍데기의 진주층을 뚫고 들어가 둥지를 틀고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김 포자들이 굴 껍데기에서 커가고 있다.
“AI 기반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입니다. 빛의 파장과 수온 조절을 통해 ‘잇바디돌김’을 배양 중입니다. 곱창김으로 불리는 품종이죠.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5월에 채묘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겠습니다.”
검붉은 굴 껍데기 하나를 꺼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대양에스씨 이승환 대표의 말이다. 김 종자 배양 장치는 뭐고, 또 5월에 김 양식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기술 ‘극찬’
대양에스씨는 김 종자 생산용 굴 패각 제조전문 기업이다. 굴 껍데기를 엮어 망에 붙이는 특허제품 ‘각포자종묘배양망’을 생산한다. 국내 시장 65%를 점유하고 있다. 목포수산식품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다.
빼어난 기술력 덕분에 업계에선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의 ‘중소·중견기업 ICT표준기술 자문사업’에 선정되는가 하면, 전남해양수산창업투자지원센터 중점육성기업과 전남지식재산센터 글로벌IP스타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인공지능(AI) 기반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를 개발해 해양수산부의 ‘2020 해양수산 창업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 생산성을 높이고 어가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산업 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원은 ‘전에 없던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기술로 사업성이 높다’고 호평했다. 
“김 산업의 미래는 우량종자 생산과 보급이 관건입니다. 생육 조건을 최적화해야 우량종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한 끝에 배양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대표가 환하게 웃는다. 
농사에서 종자의 품질이 성패를 결정하듯 김 양식도 종자에 따라 채묘(김 종자를 양식장 발에 부착하는 것)와 생산량이 좌우된다. 김 종자의 품질은 빛의 양(조도), 물의 온도(수온), 염도(비중)에 의해 결정된다. 세 가지 조건이 최적화돼야 우량종자를 배양할 수 있다. 자연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 재래식 김 종자 배양장에선 9월, 1년에 딱 한번  생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양에스씨가 개발한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는 이상 기온 등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롭다. 김 종자의 성장주기에 맞게 최적의 조건을 찾아 인공지능이 키운다. 표준화된 우량종자를 무시로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노동력도 거의 들지 않아 인건비 등 관리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층층이 쌓을 수 있어 작은 면적으로 최대효율을 낼 수 있다. 

 

김 3모작 ‘여름 김 생산 도전’
수온 조절을 통해 출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태풍 등 자연재해로 김 양식장이 피해를 보더라도 복구만 하면 바로 채묘를 할 수 있다. ‘김을 키울 씨앗이 없어 올해 김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어민의 한탄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끌리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김 3모작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양식은 수온 변화에 따라 1년에 두번 한다. 10~11월에 곱창김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일반김을 수확한다. 
“4월말부터 7월까지 신안 해역의 수온이 곱창김을 양식하는 9~11월의 수온과 비슷합니다. 채묘 시기를 5월로 당긴다면 곱창김을 한번 더 양식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5월에 잇바디돌김을 한번 더 양식하면 어가의 소득은 74% 높아지고 가공공장의 가동률도 향상될 겁니다.” 이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실렸다. 
대양에스씨는 배양 중인 잇바디돌김 종자를 5월에 신안해역 김 양식장에다 채묘해 7월 수확에 도전할 예정이다. 동시에 연중 양식 시험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양식 시험에는 신안군이 함께 한다.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의 우수성을 간파한 신안군은 지난 12일 신안군수협, 신안군 김생산자협의회를 이끌고 대양에스씨와 ‘김 종자 스마트 배양장치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김 양식어가 소득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저비용 고효율의 스마트 배양장이 도입되면 김 양식 산업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김 산업 규모도 3조8,000억원에서 5조원대로 급상승할 것이고요. 전국 김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전남도가 그 혜택을 고스란히 보지 않겠습니까.”
이 대표의 자신감이다. 여름에 생산한 김의 맛은 어떤 맛일까. 벌써 입맛이 다셔진다. ☎ 061-272-2229 
/ 전남새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