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9 기념사
창간19 기념사
  • 영광21
  • 승인 2021.10.2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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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지역신문 ‘하나’가 되겠습니다

6·25의 폐허 속에서 고도성장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1971년 11월13일 서울 청계천 봉제공장의 한 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17살 때부터 봉제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면서 직접 체감했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다 2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청년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이지만 그의 분신은 6·25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희생당하던 많은 이들의 삶을 사회문제로 이슈화하며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노동운동의 출발점이자 이후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 등 각종 사회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2살의 꽃다운 나이로 생을 마감한 그에게는 “내게 대학생 친구가 한명만이라도 있었으면…” 하던 소박한 꿈이 있었습니다.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자 <근로기준법 해설서>를 구해 읽어 봤지만 어려운 한자와 법을 해석할 수 없어 대학생 친구가 있다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절박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대학생 친구 한명이 아니라 오늘날 많은 지식인과 대학생, 노동자의 스승과 벗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2년 10월23일 영광군민과 출향인들께 처음 얼굴을 내민 <영광21>이 오늘, 창간 19주년을 맞았습니다. 업계의 흥망성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영광21>이 횟수로 20년째 영속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민과 독자, 주주, 광고주님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근래 지역신문업계는 본지 창간 당시 열악했던 환경에 비해 주간 단위로 발행되는 다양한 지역신문의 일간화가 방증하듯 주민들이 매일 신문을 접할 수 있을 정도로 외형상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과 독자들은 신문의 홍수 속에서도 지역신문업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냅니다. 주민들과 독자들이 느끼는 아쉬움에 대해 본지 또한 질적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지역’신문을 떠나 ‘신문’으로서 가져야 할 본연의 역할만은 본지가 주민들과 창간부터 지금껏 간직하고 있는 약속임을 알기에 창간 19주년을 맞는 오늘, 다시 한번 각오를 되새겨 봅니다. 지역신문들이 매일 발행되는 여건이지만 역설적으로 대다수 주민과 독자들이 바라는 ‘제대로 된 지역신문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를 알기 때문입니다.
지역신문이 현안에 대해 때로 외면하는 것은 그나마 양호합니다. 그러나 공평무사하게 경기가 이뤄지도록 심판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여론’이라는 미명아래 선수로 뛰며 좌고우면하는 양태가 근래 들어 늘고 있습니다. 권력과 금력, 기득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 공동체 지향이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은 어느덧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됐습니다. 
역동적인 사회에서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여론을 빌미삼아 곡학아세나 왜곡은 안될 것이며 보편타당하고 공동체 질서의 범주에서 합일점을 찾아가야 하고 그러한 과정에 언론의 본령이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 하나, 아니 <영광21>이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각오로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창간 19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김세환
본사 발행인 /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