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이 소재한 지자체들이 반대하는 정부의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 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이 결국 확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을 강행했던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정책 전반과 원전부지내 저장시설 운영 등 원전소재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기본계획 수립 시한이 임박해서야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영광군 등 원전이 소재한 원전소재 지자체 행정협의회는 지난 12월24일 긴급 행정협의회를 통해 기본계획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12월27일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10회 원자력진흥위원회 회의를 열고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기본계획은 방폐물 관리법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 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와 시설 확보에 있어 주민 의견수렴 등 사회적 합의 절차를 규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1986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부지를 물색했으나 부지선정 과정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부지 적합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확인된 경우에도 최종 부지로 결정하기에 앞서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지만 지난 사례를 살펴볼 때 주민간의 갈등만 야기시킬뿐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또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선정 절차부터 영구처분시설 확보까지 37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기본계획 의결과정에서 나타난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한 기본계획안에 대해 원전 소재 지자체마다 비토하고 나섰다는 점은 향후 흐름을 일정 예견시키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지금도 임시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등에서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현재 원전부지 내에 임시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가 영구처분시설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40년 동안 마련되지 못한 사례를 보면 사실상 영구처분시설이 될 가능성이 크고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정이 배제됐다”며 기본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대한 공동성명서
지난 12월7일에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행정예고하였으나, 정작 본 기본계획(안)의 최대 피해자이자 이해당사자인 원전소재 지역주민 및 지자체와는 일절의 설명ㆍ협의ㆍ소통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수립하였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 전반과 원전부지내 저장시설 운영 등과 같이 원전소재 지역주민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본계획수립 시한이 임박해서야 코로나를 핑계로 비대면 온라인 토론회를 한차례 개최하는 등 금년 내에 기본계획 처리를 강행하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 확보 없이 졸속·요식적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평생 원전소재 지역에 살면서 인내와 헌신으로 버틴 우리 원전소재 지역주민을 바라보는 정부 측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지역주민을 철저히‘무시’한 처사임이 명백하다.
금번 기본계획(안)의 핵심은 ‘원전 부지내에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을 신규로 설치하겠다’는 것과 ‘이를 기한 없이 저장하겠다’는 내용으로, 이는 원전소재 지역주민과의 지속적인 의견수렴과 동의 절차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원전소재지 지자체장 또는 주변지역 주민의 요구가 있는 경우 공청회 등 개최’라는 모호한 내용으로 포장하고 있다.
또한 조사계획의 수립, 부지공모, 주민투표, 부지적합성 조사, 부지 확정까지 약 13년이 소요되며 부지 확보 이후 중간저장시설 건설까지도 7년이 소요되는 기본계획(안)의‘원전부지내 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은 부지선정 절차 착수조차 하지 못한 현 시점에서‘사실상 원전 부지를 영구저장 시설로 사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계획이다.
이에 우리 원전소재 지자체인 부산 기장군, 경북 경주시, 전남 영광군, 울산 울주군, 경북 울진군은 원전소재 지역주민의 수용성과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지 아니한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아울러 정부는 원전소재 지역주민의 생명과 직결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를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원전소재 지역주민과 소통 없이 수립한 제2차 기본계획(안)은 전면 철회하고 원점에서부터 원전소재 지역주민과의 의견수렴과 동의 절차 과정을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하라.
1.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은 원전소재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원전소재 지역 공론화’를 통해 논의·결정하고 원전소재 기초지자체의 자율권과 거부권을 법률로써 보장하라
1. 본 사안에 대한 전담조직 또는 관련 위원회 신설 시 원전소재 기초지자체에서 추천한 자를 일정비율로 포함시켜 의사결정에 지역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토록 보장하라
1. 사용후핵연료 관련시설에는 <원자력안전법> 제20조제1항 전단에 따른 운영허가를 받아 설치하는 시설도 포함하라
2021년 12월24일
원전소재 지방자치단체 행정협의회